비염이란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및 코막힘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동반하는 코 점막의 염증성 질환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10~20% 이상의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이며, 최근 주거 환경의 변화와 식습관의 서구화 및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비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비염은 임상적인 양상에 따라 급성 비염, 만성 비염, 위축성 비염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급성 비염은 흔히 코감기라고 말하는 감염성 비염이며, 만성 비염은 원인에 따라서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크게 나누고 있다. 비감염성 만성 비염의 원인으로는 알레르기 비염, 비강 구조의 해부학적 이상,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호르몬 이상, 약물, 정서 불안 등이 있다. 이렇듯 비염은 한 가지 질환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질환군이라고 보는 것이 맞으며,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잘못된 약물 복용 등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원인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만성 비염 환자들은 증상의 심한 정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임상적 양상을 보인다. 코막힘이 주된 증상으로 좌우가 교대로 막히며 증상의 정도가 다양하다. 심할 때에는 양쪽 코가 모두 막혀 코로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지므로 입을 통해 호흡을 하게 된다. 콧물 역시 잘 나타나는 증상이며, 대부분 맑은 콧물(수양성 비루)이다. 그러나 세균에 감염되었을 때에는 황록색 콧물(화농성 비루)로 변하기도 한다. 비강의 분비물이 목 뒤로 흘러내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후비루라고 한다. 만성 비염은 염증으로 인해 비점막 신경이 노출되면서 발작성 재채기를 일으키기도 하고 후각 소실이나 감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진료 시 코 안의 염증반응 자체를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개는 가려움증, 재채기, 비루 및 코막힘 등의 증상과 코 진찰 결과를 바탕으로 진단이 이루어진다. 만성 비염 환자의 비강을 진찰해보면 코 점막의 부종(염증이나 종양 등으로 인하여 부어오른 것)과 함께 수양성이나 농성 분비물이 관찰되기도 한다. 코 점막의 부종이 오래 지속되면 국소 점막수축제를 사용해도 수축되지 않을 수 있다. 비염에는 아토피 등의 다양한 알레르기성 질환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알레르기 반응검사, 비즙 도말검사, 균 배양 검사 등을 함께 시행할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지만 비염 외에 부비동염(축농증), 편도염 등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의 치료를 먼저 하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에는 원인 항원을 피하는 회피요법과 항히스타민제, 국소 스테로이드, 항류코트린제, 항콜린 스프레이 등을 사용하는 약물요법 그리고 면역요법으로 치료한다. 만성 비후성 비염의 경우에는 내과적인 치료로 국소 분무형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술적인 치료법으로는 비갑개(코선반) 성형술이나 비갑개 절제술, 레이저 수술, 고주파를 이용한 수술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비갑개의 과도한 수술적 절제는 오히려 증상의 악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 의사의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수술적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운동성 비염에서는 주로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항콜린 스프레이를 사용하며 약물성 비염은 해당 약물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만성 비염은 그 원인에 따라 경과가 달라진다. 원인이 확실한 경우에는 이를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보통 오래 지속된다. 만성 비염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충분히 시행하지 않으면 만성적으로 염증이 지속되어 비강 내의 점막과 비갑개에 회복이 불가능한 비후(코점막이 부어 오름)가 발생할 수 있다. 때로는 거대한 하비갑개가 관찰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상태를 만성 비후성 비염이라고 한다. 만성 비후성 비염은 원인에 상관없이 만성 비염의 염증 상태가 지속적으로 장기간 진행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만성 비염은 누낭염, 결막염, 이관염, 중이염, 인후두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비염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반적인 예방법으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외출 후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먼지, 급격한 온도 변화, 피로나 스트레스, 담배 연기나 매연 등의 비염 유발 요소를 피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피부유발검사 등을 통해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 물질이 특정된 경우에는 그 원인 항원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 저녁으로 식염수를 이용하여 코 세척을 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비염이 있을 때는 국소 점막수축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비염을 예방하는 것은 어려운 편이지만, 어느 정도의 예방을 위한 노력이 치료와 함께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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