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어느덧 잠잠해지고 봄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철 두꺼운 외투 속에 숨겨둔 군살을 봄이 오기 전에 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본인도 모르게 겨우내 훌쩍 늘어나버린 체중을 보고 놀라 외래를 찾는 환자들과 상담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목표 체중’이 있다. 가령 ‘5kg을 빼고 싶다’라든지, ‘75kg까지 감량하고 싶다’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늘어난 체중에 대한 관심만큼 ‘허리둘레’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비만관리는 일단 허리둘레 확인부터
우리 몸의 지방은 체내 여러 곳에 분포해 있는데 남녀 모두 나이가 들수록 주로 신체의 중심부, 즉 복부의 지방 축적이 증가한다. 복부의 지방의 종류는 피하지방과 복부 내 지방으로 나눌 수 있으며, 복부 내 지방은 다시 그 위치에 따라 복막 안쪽의 내장지방과 후복막지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복부 내 지방의 약 3/4 정도를 차지하고 최근 건강과의 연관성이 인정되어 관심을 받는 것이 바로 내장지방인데, 일반적으로 건강과 관련하여 복부지방을 일컬을 때 내장지방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내장지방은 중성지방, 저밀도지단백질, 공복혈당, 인슐린 감수성 등에 영향을 끼쳐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 당뇨병과 같은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뇨병의 발생은 전체 지방량이나 피하지방량과 관련이 적으나, 내장지방량이 많을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 연구를 통해 알려졌다. 또한 복부비만이 심할수록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하며, 복부비만의 심근경색에 대한 기여도가 약 20%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이야기하면 흡연, 식이습관, 운동 등과 함께 복부비만도 심근경색의 원인이므로, 이를 교정하면 심근경색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의 발생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허리둘레 남 90cm·여 85cm 이상이면 비만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장지방의 양을 가장 손쉽게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허리둘레 측정이다. 국내의 복부비만 기준은 남자는 90cm 이상, 여자의 경우 85cm 이상(WHO 아시아 - 태평양 지역 기준은 80cm)인데, 측정 시 양 발을 25~30cm 가량 벌리고 서서 편히 숨을 내 쉰 상태에서 전상장골극(배꼽 높이 정도)이라는 지점에서 3cm 정도 위쪽을 지나도록 측정하면 된다. 이 외에도 복부 CT나 MRI 등을 이용하여 직접 복부의 단면 영상을 촬영하여 내장지방의 분포 넓이를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올바른 생활습관
공부에도 왕도가 없듯, 다이어트 또한 그러하다. 물론 ‘복부 지방흡입술이라는 빠른 방법이 있지 않느냐’라는 궁금증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수술로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은 복부의 피하지방일 뿐, 근육과 복막의 호위를 받고 있는 내장지방은 전혀 제거하지 못한다. 따라서 내장지방을 감소시켜 복부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은 간단히 요약하면, ‘덜 먹고, 더 써야’한다.
너무나 당연하여 허탈하기도 한 이러한 결론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① 섭취하는 총 열량을 줄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에너지 필요량보다 하루 500kcal 정도 적게 섭취하면 일주일에 0.5~1kg 정도 체중 감량을 기대할 수 있으며, 복부지방 및 허리둘레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 이러한 식이요법을 제대로 지킬 경우 6개월에 원래 체중의 10% 정도를 감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② 음주는 복부지방 축적의 위험인자이므로 적정한 수준 이상의 음주는 삼가는 것이 좋다. 적정한 수준의 음주 기준은 사회마다 조금씩 다르나, 대략 남자는 2잔, 여자는 1잔 정도이며, 각 술잔의 종류에 따라 약 10~15g 정도의 비슷한 양의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③ 규칙적인 운동 역시 중요한데 이때의 목표는 체중감소가 아닌 체지방량 감소와 근육량의 유지 및 증가로 설정해야 한다. 주로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거나 취미로 즐길 수 있는 걷기, 자전거타기, 수영, 가벼운 등산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으며, 하루 30~60분씩 일주일에 5회 이상 실시하는 것을 권한다. 근력 운동은 신체 부위 별로 8~10 종목을 시행하는데, 1세트당 8~12회 반복할 수 있는 정도의 강도로 일주일에 2회 정도 실시하도록 한다.
자신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면 신체적 손상의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 장기간 운동을 지속하기 어려워 효과를 볼 수 없다.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일상 생활 중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자. 가령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거나 한두 정거장 앞에서 내려 걷거나,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건물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차를 세우거나 지하층에 차를 세워 계단을 이용해 볼 수도 있다.
두꺼운 겨울 옷을 벗고 가벼운 옷을 입기 시작하는 봄이 다가 왔다.
무리한 체중감량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오늘부터라도 ‘허리둘레 줄이기’에 초점을 맞춰보자. 같은 옷을 입어도 옷태가 살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멋있어졌다’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건강한 신체에 따라오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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