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잦은 소화불량으로 인해 소화제를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직장인 김 모씨는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안색도 창백하고 컨디션도 좋지 않기 일쑤였다. 지난밤, 회식자리에서 삼겹살이며 갈비, 냉면까지 신나게 먹은 다음 날, 아침부터 배가 심상치 않았다. 결국 구토에 속 쓰림까지 겹쳐 병원을 찾게 됐다. 너무 많이 먹은 탓일까? 소화불량은 왜 찾아오는 걸까?
소화불량의 정의
우리나라의 경우 사투리를 포함한 어휘의 풍부함으로 인해, 소화불량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곤 한다. 지방에서 올라 온 어르신의 경우는 통역 아닌 통역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개 배가 아프거나 불편감을 느끼는 것, 가스가 차는 느낌, 울렁거림, 입맛이 없어지는 것, 속 쓰림, 음식물 역류 등으로 정리가 된다.
이들 중 속쓰림이나 음식물 역류는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따로 다루기도 하고, 배변과 관련한 불편감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범주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구분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생 동안 소화불량을 경험하게 되는데, 위와 같이 증상이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처럼 그 원인 장기도 다양하며 중증도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외래에 내원한 많은 환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혹시 이게 암이 아닐까?’이다.
확률적으로 암보다는 양성 질환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소화기계 암들은 대부분 크기가 어느 정도 되어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소화불량만 가지고 암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암을 의심하는 경우는 이전에 없던 소화불량이 나타났다거나, 수일 내지 수주에 호전되는 것이 보통임에 반해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입맛이 없어지거나, 흡연자의 경우 담배맛의 변화, 구토, 체중 감소 등을 동반하는 경우 등이다.
특히 고령자라면 증상을 나이 탓으로 돌리거나 가족이나 사회관계의 느슨함으로 인해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더욱 주의 깊은 병력 청취가 필요하다. 물론 반대로 암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여 과도한 검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소화불량의 원인
소화불량의 원인 중 중요한 것으로 각종 약물과 음식이 있다. 대표적인 약으로는 소염진통제, 항생제, 스테로이드, 당뇨병약, 골다공증 약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약제 이외에도 비타민, 관절 보조제, 각종 영양제도 개인에 따라 소화불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약뿐만 아니라 음식도 마찬가지로 소화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밀가루 음식, 탄산음료, 오렌지나 사과 같은 과일 등이 있으며 개인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의외로 환자들 중에는 이러한 약물이나 음식을 증상과 연관 짓지 못하는 경우도 많음을 진료실에서 목격하게 된다. 음식의 종류뿐만 아니라 음식의 양이나 조리 방법도 중요하다. 아무리 위장에 좋은 음식이라도 과식을 하게 되면 부담스러운 법이다. 일례로 양배추 즙이 위장에 좋다며 너무 많이 복용하여 소화불량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었다. 생야채류가 변비에 효과는 보겠지만 소화불량이 지속되었고, 삶거나 데치는 방법으로 바꾼 이후 호전된 경우도 있었다. 커피의 경우 소화불량이 있는 환자들이 무조건 피하는 경우도 많은데, 용량에 따라 증상이 안 나타나기도 하므로 개개인의 정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각종 언론과 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지 말고 자신의 몸의 반응을 잘 살피어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울증 또는 스트레스도 소화불량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는 소화불량 및 동반 증상이 너무 극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되어 방문하게 된다. 물론 다른 원인 질환에 대한 각종 검사를 먼저 시행하여 중증 질환들을 배제한 후 정신의학과와 협진을 통해 진료하는 경우도 많다. 소화기내과에서 상담을 통해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위한 협진으로 많은 환자들이 호전되는 것 같다. 이러한 진료 전략에 걸림돌은 환자나 보호자의 정신의학과에 대한 거부감이다. 최근 들어 점점 이러한 거부감은 줄어드는 것 같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치료와 예방법
어떻게 보면 소화불량은 없애기 어려운 증상 중 하나이지만 한편으로는 개별화된 자세한 병력 청취와 적절한 약제 사용으로 상당한 호전을 이룰 수 있는 증상이기도 하다. 사실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문제만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답까지 같이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잘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의료진은 이를 일깨워주고 잘 교육만 하는 역할로도 충분한 경우도 많다.
최근 콩 알러지로 진단된 한 환자는, 어려서부터 두부 같은 음식만 먹으면 복통이 있었으나 청소년기는 콩류를 싫어하여 안 먹게 되어 증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중년이 되어 건강을 생각하여 콩류를 열심히 먹다 보니 증상이 다시 나타난 경우였다. 식습관의 경우 과식, 야식, 폭식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인의 ‘빨리빨리’ 특성 때문인지 급하게 먹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부분도 진료 시간에 상담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약제의 경우는 소화불량의 다양한 면모만큼이나 다양한 약제들이 나와 있다. 무조건적으로 많은 약제를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약리 작용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 처방하는 것이 현 증상은 물론 향후 경과 관찰 시 약제의 효과 및 부작용을 감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화불량은 흔하지만 호전이 쉽지 않은 증상이며, 특히 우리 병원 환자군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진단과 치료를 향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호전을 기대할 수 있는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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